재정난 등을 이유로 근로정신대 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경기도가 최근 2년간 특정가수가 기획·출연하는 콘서트에 무려 23억여 원이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예산은 모두 예산서에 담기지 않고 김문수 도지사의 시책추진비로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가수 김장훈씨는 오는 16일 아주대학교 체육관에서 ‘119안전지킴이와 함께하는 사랑의 콘서트’를 연다. 도는 이 콘서트에 무대 설치비 등 2억9000만 원을 김 지사의 시책추진비로 지원한다.
도의 한 관계자는 “수원시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김씨는 최근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경기도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예산 70%를 지원한다.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김씨가 기획·출연하는 행사에 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는 지난해 8월3일 시책추진비 15억 원을 들여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 콘서트’를 열었다. 이 콘서트도 김씨가 기획 및 연출을 맡았다. 당시 콘서트는 10여일 뒤 같은 곳에서 도가 주최한 ‘DMZ 평화콘서트’와 취지와 성격이 비슷해 중복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는 같은 해 5월에도 김씨의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콘서트에 시책추진비 5억 원을 지원했다. DMZ 60주년 관련 행사를 홍보한다는 목적이었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세수가 줄던 상황에서 급작스레 이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는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도내 근로정신대 할머니 34명에 대한 생계비 지원은 재정난, 다른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외면해왔다.
도의회가 지난 2012년 12월11일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지만 도는 1년치 예산 2억여 원이 없다며, 버텼고 급기야 할머니들은 지난해 12월21일 ‘조례에 따른 생활보조비 등의 지급의무를 이행하라는 의무이행심판과 보상금 지급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심판’까지 도에 청구했다.
조례는 도내 1년 이상 거주한 피해 할머니들에게 생활보조비 월 30만원과 월 30만원 이내 진료비, 사망 시 장례 보조비 1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의회 김주삼(민·군포2) 의원은 지난 5일 도의회 본회에서 “형평성 운운하며,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행태는 일본 전쟁범죄기업 미쓰비시와 닮은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