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바로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여름이 덥다고 해도 시원한 가을은 찾아오고 새 학기도 시작된다.
불과 한 학기 전 대학 입학에 들떠 있던 신입생들에게 마냥 축하의 인사만을 해주기에는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마도 그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그렇게 낭만적이고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축하의 인사보다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신입생들에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 먼저 일 것 같다. 종종 학생들에게 대학시절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말하곤 한다. 오직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지금껏 공부해 온 수험생들에게 대학생활은 자칫 잘 못하면 어른들의 말씀대로 ‘놀고먹는’ 대학생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은 아니다. 때론 놀고 마시고 여행도 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뚜렷한 목표 아래서만 의미가 있어진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첫째,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야만 한다.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 이것은 경험을 통해서 알아가야 하는데 모든 것을 직접 경험 할 수 없으므로 책을 통해서 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반드시 책이 아니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얼마든지 자신을 알아갈 수 있다. 예컨대 주인공의 감정에 자신을 대입시켜 나라면 어떠한 결정을 했을지 생각해 보는 거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이양이면 고전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고전은 예로부터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인생의 그 무엇인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잘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는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좋아하는 일을 가장 잘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두 가지를 놓고 하나를 결정하기 전에 장단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잘 하는 일을 하는 경우 대체로 더 일을 잘하게 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가능성이 크다. 반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어떠했을까’하는 미련이 남을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 자기만족을 할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 가령, 가수가 꿈이라고 했을 때 동네에서 잘 하는 수준이면 어차피 가수로서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하며 산다는 자기만족과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경제적으로 조금 힘들더라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10년쯤 지났을 때 후회하면 다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과제였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잘 하는 일을 해서 경쟁력을 가지고 더 잘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 경제적 안정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는 취미로써 사회인 밴드 활동을 하기를 권한다. 두 번째 과제를 해결하게 되면 자연스레 직업관이 생기고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이 두 가지 할 일이 쉬운 것 같아도 끝없이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며 또한 젊은 날의 아름다운 고민이다. 많은 독서와 온 몸으로 부딪혀 익힌 경험으로 밝은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
이문열(연세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