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화제가 됐다.
시청률도 25%가 넘었다. 재방송과 케이블, 인터넷, IP TV 다시보기 등을 포함하면 시청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주변 사람들은 이 드라마만큼은 빠트리지 않고 봤다고 했다.
나도 마니아 수준으로 이 드라마를 즐겨 봤다.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파격적인 대사가 인기 비결이 됐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 사대부들이 세종에게 문자를 만들고 있느냐고 물었다. 오랑캐가 되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세종이 대답했다. "문자를 창제했느냐. 창제했으면 포기해라. 포기하지 않으면 광평(세종의 아들 광평대군)을 어찌하겠다. 뭐 이거지요. 이것에 대한 과인의 답은 이렇소. 지랄하고 자빠졌네."
'지랄, 젠장, 우라질' 세종의 막말 3종 세트가 터져 나올 때마다 유쾌, 통쾌, 상쾌했다.
민족사에 가장 위대한 성군(聖君)의 반전화법이 코믹하기도 하지만 촌철살인이라서 더 그랬다.
그의 소탈한 화법이 인기 비결인 건 맞지만 그건 양념이다. 600여년 전 조선의 모습에서 현재의 정치현실이 절묘하게 오버랩 되는 재료(스토리)가 입에 짝짝 붙는 게 진짜 이유였다.
여의도 중앙정치부터 전국의 기초의회까지 600년이 지난 정치현실이 그대로다.
작은 예로 요즘 의정부의 모습을 보면 할 말이 없다. 탈고하는 지금 이 순간도 망설여진다. 출고할까 말까?
시의회 의원들 모두 3년전 새로운 의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행태를 보면 배지를 단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의정부가 무엇인지 누가 좀 알려 줬으면 좋겠다.
경력에 한줄 채우는 자리다툼에 세월 다 보내고 부끄러워 열심히 일하겠다고 해놓고 무엇을 열심히 했나?
시간 다 지났다. 심지어 시의회 한 의원의 행동이 논란이 되도 서로 잘했다, 못했다 따지지도 않는다.
해당 의원이 잘 한 일이면 동료의원들 모두 합심해서 입을 모아야 하는게 당연한 것이고 만약 잘 못했다면 가족이 잘못을 하지 않게 회초리를 들어야 하지 않는가? 관심이 없다. 의회 위상도 없다.
기초의원을 넘어 광역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선거때는 의정부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듯이 호소하던 그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또 나오시겠단다.
심지어 자리만 연연해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을 놓고 자신에게 뭐가 더 유리한지 저울질 하는 이들도 있다.
말로만 새로운 정치 운운한다. 한몸 바쳐 낡은 의정부정치 역사와 부딪히는 의병이 되겠다고 한다. 시민의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자기들만 딴 나물에 딴 밥이라고 한다.
의병이 되겠다면서 불출마하겠다는 말은 안한다. 사대부가 신분을 세탁하면 의병이 될 수 있나? 요거 애매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할 것 없이 도낀 개낀이다.
세종시대에 사대부가 한글창제를 놓고 왜 대립을 했을까? 답은 하나다.
드라마속 세종의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대사가 현실에도 필요한 때이
송주현 기자 / 중부일보 사회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