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처럼 감기는 겨울철 또는 초봄, 초가을 등의 환절기에 더 많이 이환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앙대병원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4년간 내원환자를 분석한 결과, 1년 중 감기환자가 제일 많은 달이 3-4월, 그 다음이 5-6월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오뉴월 감기환자가 제일 추운 1-2월 감기환자보다 더 많다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 대학병원 내의 자체분석 결과지만 이는 감기가 1년 내내 주의하고, 사시사철 각 계절에 맞춰 관리해야 하는 질환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증'을 의미하고, 한의학에서는 상한(傷寒)에 속하며 찬 기운에 손상되어 발생되는 질환으로 정의한다.
한사(寒邪)가 인체 내부에 침범하려 할 때 인체의 원기(면역력)와 힘겨루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찬 기운(寒邪)에 노출되더라도, 원기가 충분하고, 몸의 방어체계에 속하는 위기(衛氣)가 충분한 사람들은 감기에 이환되지 않는다.
감기가 자주 걸리고, 빨리 낫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몸의 건강과 면역력이 약한 것이며, 이는 곧 개인 건강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감기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여름 감기를 두 가지로 나눈다.
무더위에 몸을 무리하게 움직여 열기가 체내에 극심해져서 오는 감기인 양서병(陽暑)과, 찬 기운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인체의 정기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감기인 음서병(陰暑)이다.
양서병은 흔히 햇빛, 더위에 많이 노출되고 나서 발생하는 경우이고, 음서병은 냉방병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여름 감기는 대부분 음서병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외부 한사(寒邪)와 찬 음료로 인한 내부 한사(寒邪)에 동시에 공격받고 있으니 몸의 체력, 저항력이 떨어지고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름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평균 온도가 높기 때문에 몸 내부의 열을 잘 배출할 수 있도록 코나 피부가 더 열려있고, 성글어지기 마련인데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그만큼 외부 한사(寒邪)의 영향을 받게 되고, 몸의 체온을 유지하느라 에너지를 더 쓰게 되면서 체력도 떨어지기 쉽다.
여름감기는 일반 감기 증상인 콧물, 기침, 재채기, 몸살 등의 증상과 함께 유달리 몸이 무겁고, 축 처지면서 머리에 띠를 두른 것처럼 느끼는 증상이 특징이다. 또한 소화기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감기에 걸렸을 때는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실제로 감기가 오기 전 무리한 활동이나 과도한 음주, 수면 부족 등으로 원기가 약해져있는 경우가 많으니 즉각적인 휴식을 취하고, 음주와 흡연은 피해야한다. 그리고 찬물은 피하고 따뜻한 물을 많이 먹어서 몸의 열 순환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조절해야한다. 적절한 영양섭취도 필요하나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소화를 힘들게 해 몸의 기운이 더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감기기운이 있을 때 따뜻한 차를 먹는 것도 효과적이다. 생강차, 도라지차, 레몬차, 유자차 등이 일반적인 감기 때 먹으면 좋은 차이며, 오미자차, 진피차, 황기차, 자소엽차 등은 여름감기에 더 특효인 차이므로 가정 내에 구비해서 오한, 몸살 등의 감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먹으면 감기의 늪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감기 증상이 왔을 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상황이 있다.
하나, 유-소아는 몸의 면역계가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노인은 체력,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체력의 정도, 감기 증상의 경중 등을 구분하여 적절한 치료 및 조치를 받아야 한다.
둘, 기관지염, 비염, 천식, 폐렴 등의 호흡기계 과거력이나 현병력이 있는 경우 가벼운 감기라도 기존의 질환을 재발 및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셋, 38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되고, 경련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재빨리 병원으로 내원하여 처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위 세 가지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현재 특정한 질병에 이환되어있거나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적절히 판단하여 의사 및 한의사와 상담하고 적정한 약물을 처방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의학적으로 몸의 원기가 떨어져있을 경우에는 감기가 쉽게 오고, 오래 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감기 자체가 아닌 내 몸을 치료해야하며 체내에 부족한 원기 보충이 필요하다는 경고 신호일 수 있으니 스스로의 몸에 대해 더 신경 쓰고, 한의사와의 적절한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양방감기약은 계절에 따른 약물처방의 차이가 없지만 한방에서는 일반적인 감기약 이외에도 여름 감기에 효과가 좋은 향소산, 청서익기탕 등의 계절특화 처방이 있어 여름감기 특유의 기력부족, 소화기장애 등의 증상에 대해서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여름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몇 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먼저,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음식을 먹기 전 반드시 손을 씻는다. 손을 자주 씻는 것으로 95%이상의 감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둘째, 실내온도를 20~22도, 습도는 60~70%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너무 낮은 온도는 전력낭비 이외에도 몸의 체력, 원기(元氣) 낭비에도 일조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평소에 비타민 섭취를 충분히 하고, 적절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
넷째, 무리하지 않는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적절한 음식 섭취를 통해 몸 안에 고른 영양소를 공급해서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원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1년 내내 우리와 함께 하는 감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냐에 따라 우리 몸의 면역력도 키우고, 원기(元氣)도 잘 지켜내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어야겠다. 감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당신, 다른 어떤 질병도 잘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갖추게 될 것이다.